1. 석유 산업이란 ?
석유산업이란 석유(원유와 석유제품을 포괄적으로 지칭)를 대상제품이나 소재로 하는 산업을 말하며, 일반적으로 상류부문(Upstream)과 하류부문(Downstream)으로 구분된다. 상류부문은 원유의 탐사·시추·개발·생산까지의 단계를 말하며, 하류부문은 그 이후의 단계, 즉, 원유 수송·정제·석유제품 판매·기타의 단계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석유회사들은 상류부문과 하류부문을 망라해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상류부문과 하류부문을 함께 일관조업하는 거대한 석유회사를 메이저(국제석유자본)라고 부른다. 한편 원유의 개발·생산에 참여하지 않고 원유정제·석유제품 판매, 즉 하류부문만의 사업을 정유산업이라고 하며, 이를 경영하는 회사를 정유회사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영역구분이 모호해 지고 있다. 석유회사들이 인수합병을 통하여 대형화 되고 , 상류·하류의 수직적 통합 외에 석유화학, 나아가 대체에너지 개발 등 종합 에너지산업을 지향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부가가치를 높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석유가격의 급격한 변동을 흡수하고, 치열한 석유확보 전쟁 상황에서 원유의 안정적 확보 및 공급을 가능케 하는 필요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석유산업은 서로 관련된 여러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제품차원과 경영차원에서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2. 석유 산업의 특성
① 자본집약적 장치산업
- 초기 단계에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된다. 필수 전략물자를 공급하는 산업으로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생산·공급시설, 저공해 연료를 생산키 위한 환경시설, 그리고 급격한 가격변동이나 공급장애를 대비한 전략 비축 운용 등 막대한 투자가 소요되는 장치산업이다.
② 공익성이 높은 산업
- 석유는 국가 경제 및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물자이므로 안정적인 공급이 최우선의 과제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원유를 도입하여 자국에서 석유제품을 생산·공급하는 ‘소비지정제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③ 석유제품의 연산성
- 원료(원유)를 투입하면 휘발유, 등유, 경유, B-C유, 납사, LPG 등 14종류의 제품이 동시에 생산되므로 특정 유종만의 생산이나 감산이 불가능하며, 따라서 제품별 개별원가 산출이 불가능하다. 또한 이러한 특성으로 원가(원유가) 이하의 역마진 제품의 생산도 불가피하므로 적정 가동률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④ 원료비 비중이 과다
-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원유비가 세전공장도 가격의 80% 이상을 차지하여, 원가 및 판매가격에서 정유사가 통제 가능한 부분이 매우 작다.
3. 석유 산업 환경변화와 대응
1997년 정부는 석유산업에 대한 핵심적인 규제였던 가격규제·진입규제·설비규제·수출입규제·유통경로 규제를 대폭적으로 완화 또는 폐지하고, 석유시장을 대외에 개방하였다. 자유와 개방화와 함께 외환위기의 소용돌이에서 정유산업은 극심한 구조조정을 겪었다. 당시 5개사 중 3개사가 경영권이 바뀌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 하지만 이러한 도전과 대응은 한편 기회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시장개방을 비롯한 석유산업 자유화 조치가 가져온 환경변화는
첫째, 석유제품의 수입자유화 조치로 인해 국내석유시장에 ‘석유수입’이라는 외부경쟁요인을 유입하여 시장경쟁을 확대시키고,
둘째, 석유산업이 시장경쟁에 노출됨으로써 석유산업의 구조조정 및 경쟁력 향상 노력을 가져왔으며,
셋째, 내수산업이라는 소극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고수익을 창출하는 수출전략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고,
넷째, 전국적으로 주유소 숫자가 증가함에 따라 유통시장의 경쟁이 촉진되고 소비자의 선택기회가 확대되었다.
●수출산업으로의 탈바꿈
한국은 5개 정제시설에서 하루 2,855만 배럴의 석유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제6위의 규모이다. 단일 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와 같은 대규모 시설은 규모의 경제를 가능케 함으로써 국제 경쟁력에 있어서도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정유산업은 1980년대부터 임가공 수출과 국제 벙커링을 통하여 석유제품을 수출해 왔으며, 최근에는 아시아지역 신흥 개도국의 석유수요 급증과 세계적인 정제시설 부족에 따른 국제석유제품 가격 급등을 기회로 삼아 석유제품 수출을 대폭 늘리고, 이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2007년 현재 우리나라의 석유제품 수출은 총 생산량의 절반이 넘는 52%이며 수출금액으로는 반도체, 자동차, 핸드폰, 선박에 이어 5대 수출품목으로 수년째 자리매김하고 있다. 더구나 고유가 영향으로 석유제품 수출금액이 크게 늘어나 2008년 1~7월에는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석유산업이 수출산업으로 탈바꿈한 데에는 내수 침체와 만성적인 공급과잉의 상황하에서 수출 증대를 통해 신규 수요를 창출한 정유산업의 경영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고도화 시설 확충
수출증대는 수출마진 확대와 어우러져 정유사의 수익성을 호전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원유 정제 또는 석유제품 수출을 통하여 거두는 수익은 정제마진과 크랙마진(Crack Margin)으로 구성된다.
정제마진은 원유와 원유를 정제하여 생산된 석유제품간의 가격차이를 말하며, 크랙마진은 중질유와 경질유의 가격차이, 즉 B-C유를 크래킹(Cracking ; 중질유 분해)하여 생산된 경질유와의 가격차이이다. 통상적으로 단순 정제마진은 높지않은 수준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마이너스를 보이기도 한다. 그 이유는 원유를 단순 정제하면 B-C유가 40~50% 생산되는데 B-C유는 수요도 부족하거니와 국제가격이 원유가격을 훨씬 밑돌기 때문이다. 또한 납사도 원유 가격을 밑돌기도 하는데 일시적인 밸런스 불균형 때문이라고는 해도 생산비율이 약 20%에 달하여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반면 크랙마진은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다. 원유가격을 훨씬 밑도는 B-C유를 재정제하여 경질유로 만들어 판매한다면 수익이 배가되며, 경질유 가격이 강세이면 수익성은 더욱 좋아진다. 최근의 국제 석유시장 추세를 살펴보면 단순 정제마진은 낮아지고 크랙마진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는 고도화 시설의 비율이 높을수록 이익 규모가 커진다.
향후에도 경질유와 중질유 간의 가격차이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가스, 발전, 산업 부문 연료가 LNG로 대체됨에 따라 B-C유 수요가 크게 감소하고, 차량대수 증가에 따른 수송용 연료 및 석유화학 원료용인 납사 소비는 증가추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30여 년 전만 해도 세계 총 석유제품 소비의 1/3을 차지하던 B-C유의 비중이 최근에는 약 1/10 수준으로 축소된 것이 이를 반영한다. 국내 정유사들이 앞다투어 고도화 시설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고도화 시설의 건설비는 단순정제시설의 4배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가 소요된다. 하지만 고도화 시설 확충은 지속가능 및 석유제품의 안정공급을 위해서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 고도화 시설을 ‘지상유전’이라고 불리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고도화 시설 확충을 위해 오는 2011년까지 총 14조 원을 투자하여 세계수준의 고도화 설비를 마련하였다.
석유산업은 원유의 생산부터 석유정제를 포함하며 시야를 넓게 보면 석유를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 산업까지도 포함한다. 원유를 수입하여 정제하는 정유산업 위주로 성장해 온 결과 우리나라 정유산업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그러나 정제업만으로는 기상변화에 속수무책인 천수답처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원유를 전량 외부에 의존하다 보니 원유가격 급변동의 충격을 완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기 시에는 원활한 공급마저 담보하기 어렵다. 더구나 초고유가와 온실가스 대책 등으로 말미암아 화석연료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또한 석유의 사용이 산업과 일상생활의 전분야로, 이를 테면 각종 전자제품이나 섬유, 자동차 소재 등으로 사용이 확산되면서 그 부가가치는 더욱 커지는 것도 눈길을 끄는 요인이다.
석유생산·석유정제·석유화학의 경계 허물기는 오래 전부터 진행돼 왔다. 세계 석유시장을 점유해 온 엑슨모빌, BP, 로얄더치쉘, 쉐브론 등 글로벌 메이저들은 오래 전부터 석유를 넘어서 정밀화학, 생명공학, 농업 부문으로까지 그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원유만 판매하던 산유국들도 자국에 정제시설과 석유화학시설을 건설하여 부가가치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정유산업이 최근의 석유제품 수출호조 속에서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도 이러한 연유이다.
그러면 내수침체, 글로벌 경쟁 격화, 초고유가, 탈석유 등 온갖 악재 속에서 자원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국내 정유산업의 대안은 무엇인가?
원유 생산, 신기술·신소재 개발, 석유제품 수출 증대, 미래 에너지 선도 등으로 집약될 수 있다. 원유 생산은 이미 글로벌 메이저와 산유국 국영기업들이 점유하는 세계시장에서 틈새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일단 개발에 성공하면 상당한 보상이 뒤따른다. 원유를 확보하는 이외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 원유가격 인상폭이 고스란히 수익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넘어 신소재 사업도 정유산업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이다. 국내 정유산업은 이미 석유화학·윤활유 등 비정유 사업을 운용하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종합화학·생명공학에 대한 투자·연구를 증대시키고 있다. 나아가 정유산업은 연료전지·신재생에너지 개발 등에 선도적 역할을 하여 미래에너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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